함께 애통하는 자
7월 1일 저녁 7시 광주광역시 119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나도 장애인이고 아들도 장애인인데 아들을 목 졸라 죽였소."
아들을 살해한 김모씨(58세)는 제대로 걷지도 보지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 이였습니다.
그는 물론 죽은 막내아들 김군(27세)도
윌슨씨 병(유전으로 대물림하는 희귀병으로 구리가 간이나 뇌에 침착이 되어
간 질활, 신경 장애 증세를 보이다 눈이 멀고 전신마비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대소변도 혼자 처리할 수 없게 된지도 벌써 5년 째입니다.
그 날 아침도 리어카로 과일 행상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김씨의 부인 최모씨가 아침에 집을 나섰고
그 날 하루도 집에는 아버지 김씨와 막내아들만 남았습니다.
김씨가 잠시 비운 사이 아들은 누운 채로 대변을 보아
온 방안과 벽은 온통 똥칠투성이였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김씨는 기어다니며 이곳 저곳에 묻어있는 것을
닦에내고는 아들을 씻겼습니다.
오후에 아들의 방은 또 한 번 똥칠이 되어 있었습니다.
김씨는 주방용 세재에 물을 타서 땅바닥에 뿌린 후 닦고 또 닦았습니다.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대충 더듬고 냄새로 짐작하여
걸레질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들은 질질 끌고 나와 또 씻겼습니다.
다 씻고 난 후 아버지와 아들은 알몸으로 마주 앉았습니다.
"얘야, 이제는 참마로 못하겠다. 나하고 너하고 다 죽어버리자."
"아빠, 나 먼저 죽여주소. 과일 행상하는 엄마한테도 짐만 되고,
사람 구실도 못하고,
얼마 살지도 못 할테니 차라리 죽여주소."
아들은 죽여달라고 아버지 김씨에게 기대었습니다.
김씨는 아들을 등뒤로 껴안았습니다.
아버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흰색 끈을 풀었습니다.
며칠 전 자살하려고 준비한 끈입니다.
이제는 아들의 목을 조를 끈입니다.
아들이 끈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
"나이 스물이 넘어 아빠 품에 안겨 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아빠, 나 죽더라도 따라 죽지는 마."
아버지가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좋은데로 가라. 어딜 가더라도 이 세상보다는 좋을 거다."
아버지는 아들의 목에 끈을 두 세번 감고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버둥대던 아들은 잠시 후 축 늘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죽은 아들에게 옷을 입히고 자신도 옷을 입은 후에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월드컵의 열광과 환희가 채 가시기 전이라
그들의 비극(悲劇)은 우리에게 더 큰 슬픔으로 오래 남을 것입니다.
소외된 이웃의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애통해 하며
그들에게 복음(福音)을 전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입니다.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약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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