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니아 이야기 중에서
같은 상황, 다른 생각
어느 여인이 비행기의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인은 기다리는 동안 읽을 책 한 권과 과자 한 봉지를
구입한 뒤,역시 탑승시간을 기다리는 한 남자 옆에 앉았다.
여인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팔을 뻗어
탁자 한가운데 있는 과자를 하나 집었다.
그러면서 슬쩍 곁눈질로 보니 옆에 앉은 남자가
자신의 과자를 하나 집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계속 책을 읽은 척하면서 과자를 또 하나 집었다.
그러자 그 남자도 과자를 하나 더 집었다.
여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상황은 과자가 마지막 하나 남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여인이 그 마지막 과자를 집기 전에
남자는 과자를 가져다가 반으로 쪼개더니
한 쪽을 여인에게 건네주었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그 순간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인에게 미소 지으며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너무 어이가 없던 여인은 남자를 쫓아가서
왜 허락도 없이 자신의 과자를 먹었는지 따지려 했지만
비행기의 탑승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와 어쩔 수 없이 화를 누르며 돌아섰다.
그러나 여인은 책을 넣기 위해 가방을 열다
깜짝 놀랐다. 뜯지도 않은 과자가 얌전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어이없는 행동을 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여인은 같은 상황에서도
상대를 너그러이 이해하고 오히려 자기 것을 나누는 것에
기뻐했던 남자를 떠올리며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언제나 옳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 넣었다.
【 호아킴 데 포사다의 <피라니아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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