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야곱의 역사에서 가장 통쾌한 기사는 야곱이 애굽 왕 바로를 축복하는 장면입니다.
(창 47:7, 10)
당시 천하를 호령하는 바로 왕에게
먹을 것이 없어 이민해 온 시골뜨기 노인인 주제에
임금을 축복한다는 것은 넌센스 같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이민의 사명이 있는 것입니다.
고생스러운 이민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소개하고
그 땅이 자기 땅처럼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것을 빈 것입니다.
순례자는 하나의 나그네입니다.
그러나 관광객과는 다릅니다.
관광객은 눈요기도하고 입요기도하며 자기를 위한 즐거움(enjoy)로 끝납니다.
그러나 순례자는 기도자입니다.
자기가 머무는 발자국마다 축복하며 가는 나그네입니다.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사귀'(The last leaf)는
그가 뉴욕에 살 때, 본 실화를 각색한 소설입니다.
당시 뉴욕에는 악성 폐렴이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그린위치 빌리지에도 폐렴이 돌았습니다.
한 낡은 아파트에 화가들이 모여 살았는데 수우와 존지는 3층 어느 방에서 동숙하는
화가 지망생들이었습니다.
그 중 캘리포니아 출신인 수우가 폐렴에 걸려 몹시 앓고 있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몹시 추운 11월이었습니다.
병석에 누운 수우는 이웃집 벽을 타고 있는 등나무의 잎을 날마다 세며,
마지막 나뭇잎이 떨어지는 날 자기도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슬픔에 잠긴 친구 존지는 아래층에 사는 노인 화가 벨만씨에게
수우의 이야기를 하며 흐느껴 웁니다.
벨만 노인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였습니다.
그의 평생 소원은 남들이 깜짝 놀랄만한 걸작을 한 장 그리는 것이었는데,
그 꿈은 사라지고 이제는 너무 늙어서 붓을 들 용기조차 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우에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생명줄 처럼 생각하던 등나무 잎은 마지막 한 개를 남겨 놓고
며칠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수우의 건강은 차차 회복되어가고 대신 얼마 후 벨만 노인이
폐렴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노인은 수우의 슬픈 이야기를 들은 그날 밤 하루도 더 기다리지 않고
진눈깨비를 맞으며 사다리에 올라가 벽 위에 등나무 잎을 그렸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노인은 병상에 눕게 되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던 것입니다.
끝까지 무명 화가였던 벨만 노인은 천국에 전시 될 위대한 걸작을,
낡은 벽돌담 위에 남겼습니다.
인생을 관광객으로 즐기는 사람에게는 걸작은 남지 않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우리는 관광객으로가 아니라
순례자로서 거쳐간 위대한 흔적을 후세를 위해 남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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