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와 임금
어떤 나라의 궁중에 한 광대가 있었는데
왕을 웃겨서 즐겁게 해 드리는 직책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광대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왕을 웃겨 드릴까하는 일만 연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광대에게 맡겨진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임금이 무엇인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구도 이를 지적해 주거나 책망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 광대가 풍자극을 통해서 임금이 웃다가도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하는 실로 어려운 직책이었습니다.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도 어려운 데
더구나 한 나라의 왕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케 하기란 정말이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이 광대가 임금님과 여러 신하들을 웃기려고 바보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광대가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는지 한참이나 웃던 임금이
광대를 가까이 불러서 지팡이를 하나 건네주었습니다.
"이 다음에 어디에 가서든지 너보다 더 어리석은 바보를 만나거든 이 지팡이를 주어라."
많은 세월이 지나가고 이제는 임금이 나이가 많아 늙어서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임종 전에 이 광대가 임금님을 뵙겠다고 불쑥 나타났습니다.
"왕께서는 건강하실 때에 어디로 여행하시든지 간에
여러 차례씩 철저하게 준비 상황을 점검하시던 분이십니다. 그런데 어떠십니까?
어쩌면 이제 떠나시면 다시 오지 못하실 긴 여행길을
떠나실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준비하셨습니까?"
임금은 잠시 생각하다가 힘없이 말했습니다.
"아무 준비도 못했어."
이 말을 들은 광대는 그 지팡이를 들어 올려 왕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제야 이 지팡이를 드릴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왕께서는 저보다 훨씬 어리석으십니다."
몇 날 여행을 위해서는 수 일, 수십 일씩 준비를 하고 법석을 떨면서도,
다시 오지 못할 영원한 여행을 위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임금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한 해 한 해 여행길의 연속입니다.
야곱의 말과 같이 인생은 나그네길인 것입니다.
우리는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보면서 나그네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가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실패없는 성공은 불가능합니다.
어제 잘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다시 합시다.
우리는 또한 잘못한 일도 다시 해야 합니다.
고쳐서 다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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