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

잠자리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12-25 15:20
조회
215

2Q==
늪에 수많은 잠자리의 유충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선배 할아버지 유충이 젊은 유충들에게 말하기를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늪과는 다른 세계가 있는 모양이다."

"다른 세계요?" 

젊은 유충들이 일제히 물었습니다.


"난 어제 실험을 해봤지. 여기 종종 놀러 오는 개구리가 있잖아?

그 개구리가 우리와 함께 있다간 없어지곤 해서,

어제는 뒤를 따라가 보았지.

위로 올라가더니 갑자기 시야에서 없어지는 거야

늪속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늪속엔 없는 거야."


그때 개구리가 첨벙하고 나타났습니다.

유충들이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늪밖에도 또 다른 세계가 있어요?"

"그럼, 땅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긴 풀과 꽃과 나무가 있지.

그리고 그곳은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지.

나는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도 없지."


"어째 지어낸 이야기 같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 너희들의 선배도 

다 죽어 없어진 게 아니라몸의 형태가 바뀐 거야.

날개라는 것이 돋쳐서 날아다니지.

그리고 이름도 잠자리로 바뀌는 거야."

그리고선 개구리는 또 금방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할아버지 유충이 말했습니다.

"난 어째 몸이 좀 이상해. 

그리고 누군가 멀리서 날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희들과 이별할 때가 온 모양이야."


할아버지 유충은 갈대 줄기를 타고 오르더니  
그만 안보이게 되었습니다.

늪속에서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는 나이 먹은 차례로 안보이게 되었습니다.


늪 속에서는 매일같이 초상이 났습니다.

할아버지 유충은 허물을 벗고 잠자리가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많은 동료 잠자리가 있어서 자기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개구리가 말해 준대로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날개를 한 번 퍼덕여 보았더니 

10m, 20m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 갈 수 있었습니다.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세계는 감탄이 아니고서는 표현 할 수도 없는,

물 속과는 달리, 온갖 아름다운 음악으로 차 있으며,

온갖 빛깔로 차 있는 경이의 세계!


싱그러운 바람! 잠시 후 석양이 붉게 타고 세계는 보라 빛으로

물드는데 그것은 장엄한 도취, 황홀한 경탄 그 자체였습니다.

감자기 물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고 있는 유충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늪만이 유일한 세계는 아닌데, 유충들의 생애만이 삶의 전부는 아닌데,

저렇게 아옹다옹 살아가다니!

전체 21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33
선수들의 영원한 어머니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188
admin 2020.12.25 0 188
32
가난한 자의 복[福]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213
admin 2020.12.25 0 213
31
쌍골죽[雙骨竹]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172
admin 2020.12.25 0 172
30
잠자리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215
admin 2020.12.25 0 215
29
똑바로 걷고 싶어요, 주님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206
admin 2020.12.25 0 206
28
구원의 증명서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224
admin 2020.12.25 0 224
27
광대와 임금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201
admin 2020.12.25 0 201
26
겉과 속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149
admin 2020.12.25 0 149
25
너무 모자라는 감사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181
admin 2020.12.25 0 181
24
토파즈
admin | 2020.12.25 | 추천 0 | 조회 170
admin 2020.12.25 0 170